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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의 숨은 보물들이 시민의 손을 거쳐 빛을 얻었다. 정읍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정읍보물 369’ 브랜드가 최종 확정되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의 정체성을 결집한 첫 지역브랜드가 탄생했다. 행정의 틀을 넘어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이 브랜드는, 단순한 관광자원 나열이 아닌 정읍의 고유한 ‘다움(다름+아름다움)’을 구조화해 지역 도약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읍다움’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3미(味)·6품(品)·9경(景)’이라는 정제된 콘텐츠로 구현해낸 이 브랜드는 지역의 고유성을 드러내면서도 관광·산업·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담고 있어 주목된다.
시민이 만든 보물지도…지역 정체성의 새로운 언어
정읍시가 6월 초 발표한 ‘정읍보물 369’는 지역의 핵심 자산을 시민이 직접 발굴하고, 이를 행정이 체계화한 지역 고유 브랜드다. ‘정읍의 맛(3미)’, ‘정읍의 특산품(6품)’, ‘정읍의 명소(9경)’로 구성된 이 브랜드는 정읍의 자연·문화·산업·역사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낸 콘텐츠다.
기획은 지난 1월 시민 제안 공모로 출발했다. 정읍시는 약 2개월간 1500여 건의 시민 제안을 접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10미, 18품, 21경 후보군을 도출했다. 이후 전국 대상 온라인·오프라인 선호도 조사에 6400여명이 참여하면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 결과는 정읍관광발전위원회·시정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미·6품·9경으로 최종 압축됐다.
이학수 시장은 “정읍보물 369는 행정 주도가 아니라 시민 참여로 만들어진, 우리 지역만의 고유 브랜드”라며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가치를 발굴하고 정체성을 정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브랜드는 정읍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시민의 제안이자 약속”이라고 밝혔다.
정읍의 맛을 상징하는 ‘3미’…미식도시의 얼굴
정읍 쌍화차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약선차로, 정읍 사람들의 일상과 정신을 담고 있는 지역 고유의 음료문화 자산이다. 진한 한약재의 향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 쌍화차는 피로 회복과 원기 회복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랫동안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정읍의 찻집과 한방카페들은 쌍화차의 고유한 정취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레시피로 선보이고 있다. 쌍화차 위에 대추, 잣, 밤, 계란 노른자 등을 얹은 ‘정읍식 쌍화차’는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며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잡았고, 이를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정읍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 프랜차이즈화 가능성도 검토되며 쌍화차 산업의 확장도 기대되고 있다.
정읍 한우는 내장산 자락의 청정 자연환경에서 자란 고품질 브랜드 한우로, 뛰어난 사육 환경과 철저한 품질 관리 덕분에 육질이 뛰어나고 육즙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읍 한우는 농가들이 사료부터 건강관리까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지역 축제나 한우 전문 음식점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직거래 유통망을 확대하고, 미식축제 등과 연계한 소비자 체험 기회를 넓히면서 고급 한우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읍시는 이 브랜드 한우를 통해 지역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산업과 연계한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내장산 산채비빔밥은 내장산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자라는 봄철 산나물과 각종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정성껏 만든 건강식으로, 정읍의 사계절 자연이 식탁 위에 펼쳐진 듯한 풍성한 식재료 구성이 특징이다. 고사리, 취나물, 도라지, 참나물 등 계절 산채와 고추장 양념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며, 건강과 자연식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역 식당과 카페에서는 이 산채비빔밥을 전통 방식에 따라 제공하는 동시에, 현대 감각을 더한 플레이팅이나 곁들임 반찬 구성으로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정읍시는 향후 내장산 산채 브랜드 개발, 산채 재배 농가 지원 확대, 산채 식문화 관광상품화 등을 통해 이 메뉴를 정읍 로컬푸드의 상징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브랜드의 시작점인 3미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정읍이라는 도시의 기후, 지형, 역사, 식문화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이 세 가지 품목은 모두 ‘음식+이야기+장소’가 결합된 형태로,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성이 높다.
농업 경쟁력의 결정체 ‘6품’…자연과 사람의 합작품
정읍 귀리는 최근 고부면을 중심으로 친환경 재배 기술이 도입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기능성 곡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슈퍼푸드의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베타글루칸 등 건강 성분이 풍부해 국내 건강식품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품목으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지역 농가의 친환경 전환과 고부가가치 농업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읍 귀리는 단순한 작물에서 벗어나 정읍 농업의 미래 전략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씨 없는 수박은 고창과 더불어 정읍 여름철 대표 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고당도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향상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수박은 소비자 편의성과 맛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지 직거래 및 로컬푸드 판매 확대를 통해 유통 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정읍시는 이 수박을 지역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병행 추진 중이다.
정읍지황은 정읍의 약초 재배 전통을 대표하는 품목으로, 고부·영원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한약재 재배의 맥을 잇고 있다. 지황은 혈액순환, 면역 강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약용작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정읍시는 지리적 특산물 인증 추진을 통해 정읍지황의 품질과 원산지를 보호하고, 국내외 시장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읍 막걸리와 청명주, 자생차는 정읍의 풍부한 농산물과 깨끗한 물, 전통 양조 기술이 결합된 발효 자산으로, 정읍의 술 문화와 일상 속 지역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정읍 막걸리는 쌀 본연의 맛과 깊은 풍미로 지역주민은 물론 방문객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청명주는 맑고 깔끔한 맛으로 품격 있는 전통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자생차는 내장산 일대와 백암산 기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산야초를 활용해 만든 차로,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급 음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품목은 향후 브랜딩, 체험상품화, 연계 관광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정읍 농식품 산업의 확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6품’은 정읍의 농업과 발효문화, 물과 기후가 만든 정체성의 결실이다. 정읍시는 6품을 기반으로 2차 가공산업 육성, 브랜드 마케팅, 체험 연계 사업 등을 통해 농업 경쟁력의 구조적 전환을 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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