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창황윤석생가(전북특별자치도 민속문화유산) | ⓒ 주간해피데이 | |
|  | | ↑↑ 하고리 왕버들나무숲(전북특별자치도 자연유산) | ⓒ 주간해피데이 | |
문화유산은 지역의 과거를 말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좌표다. 고창군이 황윤석 생가, 하고리 왕버들숲 등 지역 고유 유산에 대해 국가유산 지정을 본격 추진하며, 지역 문화유산의 대외 위상 강화와 체계적인 보존·활용을 위한 전략적 전환에 나섰다. 유산의 내재 가치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이번 작업은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문화 기반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 심의 중…고창 유산, 국가 품격의 틀에 도전
고창군은 6월9일, 국가유산청 심의가 진행 중인 주요 대상 유산으로 △고창 황윤석 생가(국가민속문화유산) △고창 하고리 왕버들숲(천연기념물) △이재난고(보물) △고창 선운사 영산전(보물) △고창 반암리 청자요지(사적) 등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고창 무장읍성 출토 비격진천뢰(보물) 등은 신규 신청을 위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황윤석 생가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1729~1791)의 생가로, 방대한 일기 저작물인 ‘이재난고’가 실물로 보관되던 역사적 공간이다. ‘이재난고’는 조선 후기의 일상·정치·경제·과학기술 등을 30년간 기록한 총 266책의 기록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중 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정조시대 조선사회의 타임캡슐”로 부르며, 그 사료적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고창 하고리 왕버들숲은 성송면 삼태마을 앞 하천 둑을 따라 조성된 마을숲으로, 자연생태뿐 아니라 전통적인 비보림, 수해방지림, 공동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사성이 공존하는 유산이다. 왕버들을 포함한 다층적인 수종이 어우러져 지역민의 삶과 환경, 자연경관이 함께 보전된 장소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 중이다.
전북도 지정 유산 승격도 병행…전통 서원·무형유산도 포함
고창군은 국가유산 지정 추진과 함께 전북도 지정 유산의 추가 지정 및 승격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 문화유산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유산은 △고창 도암서원(문화유산자료) △고창 남당회맹지(기념물) △고창농악 상쇠(무형유산) 등이다.
도암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자 조경(趙儆, 1523~1585)을 모신 전통 서원으로 지역 유림문화의 계승공간이며, 남당회맹지는 조선 중기 유생들이 국난 극복을 위해 결의한 회맹장소로 기록적 의미가 크다. 고창농악은 전북 농악의 대표적 맥으로, 상쇠의 기예가 공동체 전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국가유산 보유 상위 지자체…전주·남원·익산과 어깨 나란히
현재 고창군이 보유한 문화유산은 국가지정 유산 30건, 국가등록문화유산 2건, 도지정 유산 69건, 향토유산 11건 등 총 112건에 이른다. 이는 도내에서 전주, 남원, 익산에 이어 상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로, 유산의 양적 보유뿐 아니라 질적 가치 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고창읍성, 선운사, 고인돌 유적 등 기존의 국가지정 유산은 고창을 대표하는 역사관광지이자 연구자들의 조사 거점으로도 기능하고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유산들의 국가 승격이 확정될 경우, 문화유산 기반의 정책적 무게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군민과 함께 돌보는 유산…지역사회 참여 기반 확대
고창군은 유산을 행정 영역에서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의 참여 기반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 고창군은 ‘고창 국가유산 돌봄 봉사단’을 공식 위촉했다. 이 봉사단은 고창군 전역의 국가유산 현장을 상시 순회하며 훼손·오염 여부를 점검하고, 관람객 질서 유지, 교육·홍보 등 실질적인 보조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를 통해 주민 스스로 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생활공간 속 자산으로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향후 청소년·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될 계획이다.
기억에서 전략으로, 문화유산 행정의 새로운 길
고창군의 국가유산 승격 추진은 지역문화 행정이 보존 중심에서 ‘전략적 보존·활용’ 체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산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공적 보호 체계에 포함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문화관광, 교육, 연구자원으로 확장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심덕섭 군수는 “국가유산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며 “고창군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국가 차원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창의 문화유산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이 유산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가. 고창의 유산은 기록이자 풍경이며,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축적된 공간이다. 이 유산들이 ‘국가의 품’에서 다시 빛날 수 있을지, 지금 고창은 자신이 가진 자연·문화유산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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