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폭행한 군의회 부의장은 사퇴하라
김동환(고창시민행동 사무국장)
지난 4월14일 고창군공무원노조는 고창군의회 부의장이 여직원에게 폭행한 사실에 대하여 고발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내용은 작년 12월경 의회사무과 회식 후에 2차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차남준 부의장이 뒤늦게 합류하여 여직원 두 명만을 방에 남으라 하고는 한 명의 여직원에게 이마와 목을 치고,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막 끌어당기는 행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폭행과 추행이라고 판단됩니다. 참으로 불쾌하고 화가 나는 사건입니다. 군의회는 군민을 대신하여 군 행정을 감시하고, 합리적인 예산사용을 심의하고 의결하며, 제대로 예산이 사용되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창시민행동은 그래서 군의회에 불만족스러워도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급적 함부로 비난하는 것을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잘못에는 분명한 군민의 질타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하려 합니다.
너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겨울 윤석열의 계엄 내란사태에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빛을 들고 나와 어둠을 물리쳤습니다. 나라의 위태로움이, 군대를 동원하여 민주사회를 유린한 후에 예상되는 끔찍한 세상이, 그런 독재 세상에서 살아야 할 국민들이 겪을 일들이 남 일이 아니었기에 일상을 버리고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의회사무과 여직원이 그날 밤 노래방에서 겪었을 두려움과 수치는 그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내 자녀, 내 식구도 공무원이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갑질이 수시로 행해지는 곳에서 억지로 참고 다니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화가 납니까? 그래도 잘 참고 견뎌내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게 맞을까요? 우리는 최대권력인 대통령도 잘못하면 두 번이나 쫓아냈습니다. 술에 취한 채 여직원에게 함부로 행패부리는 권력은 대한민국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군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시는 이런 위계에 의한 갑질 폭력행위가 고창에서 발생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줘야 하겠습니다.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한다
“공무원은 지방의원의 끊이지 않는 갑질과 막무가내 행태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공무원에게 하대에, 갑질에, 성인지나 인권존중 인식이 현저히 낮은 폭언과 폭행, 편향적이고 개인적인 주장으로 국비든 군비든 사업비 삭감과 사업 지연은 물론이고 업체를 지정해 주고, 사익을 위한 의정활동을 서슴지 않는 지방의회 의원이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지역발전에 돌부리가 되는 사례를 흔하게 겪고 있습니다.”
고창군공무원노조의 성명서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군의원 후보자들은 가족까지 동원하여 매일 거리에 나와 연신 군민들을 향해 큰 절을 합니다. 군의원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목표가 있는지를 알리는 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군의원이 되고 싶은 겁니다. 당선만 되면 영광과 찬양을 받을 수 있고, 없던 권위와 권력을 상품으로 받는 줄 아는 걸까요?
그래서 군 예산과 집행과정을 꼼꼼하게 살피고 민원인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대신에 각종 행사장과 모임 참석에 더 열심히 다니는 것 아닙니까?
저는 마을 이장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면사무소에서, 군청에서 만나는 젊은 직원들은 거의가 친절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대도시로만 진출하려는 상황에서 군민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공무원의 자리에서 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예쁩니다. 고창인구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것 우선으로 고창에 있는 사람들을 아껴주고 도와줘야 합니다.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고창군의회 사무국은 2022년부터 인사권이 독립되어 군청과 별개의 조직이 되었습니다. 20여명 남짓의 공무원과 10명의 군의원이 있습니다. 고창군의원들이 높은 품격과 자질과 인성을 겸비했다면 행정과 독립되어 군민의 편에서 효능감 있는 구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갑질과 폭언과 부당한 명령에 직원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결국 군의회가 스스로 명예와 권위를 찾는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식적으로 잘못한 군의원에 대한 징벌로써 공정함을 보여주어야 동학의 고장 고창의 위상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군의회 사무국이 군대처럼 도망칠 수 없는 갇힌 곳이 되어선 안 됩니다. 직장이 두려운 곳이어선 안 됩니다. 자긍심과 자기발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직원을 부당한 폭력과 명령에서 보호하고 지켜주고 권익을 위해 싸워주길 바랍니다.
고창군의회는 윤리위원회를 열었고, 고창군공무원노조는 차남준 군의원을 형사고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의회에서 제명되지 않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하지도 않는다면, 결국 군민에게 주어진 최대의 권력인 투표로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군의회만이 아니라 고창의 모든 곳에서 이런 위계에 의한 갑질, 폭언, 폭행이 근절되는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