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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 고창교육의 새로운 책임자로 한숙경 교육장(60)을 맞이했다. 한 교육장은 이리초·이리여중·남성고를 졸업하고, 전주교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교직에 입문했다. 모교인 이리초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딛은 그는 장학사와 교감을 거쳐 남원 용성초와 익산 낭산초에서 교장으로 재직하며 일선 학교의 교육 실천을 두루 경험했다. 직전까지는 전북교육청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장을 역임하며 도교육 정책의 연구·기획을 총괄해왔다.
학문적 기반도 탄탄하다. 교육방법을 전공으로 원광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5년에는 교육심리 및 상담심리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교대에서 7년간 겸임 조교수로 재직하며 교사 양성 교육에 참여했고, 원광대 교육대학원에서는 교육심리·상담심리·학습심리·아동발달과 학부모 교육 등의 강의를 맡아왔다. 행정과 현장, 이론과 실천을 모두 아우르는 입체적인 이력을 가진 교육행정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고창군에는 유치원 19곳, 초등학교 20개교, 중학교 14개교, 고등학교 6개교 등 총 59개 학교가 있으며, 유치원생 216명, 초등학생 1456명, 중학생 1336명, 고등학생 1543명 등 총 4551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유치원 33명, 초등 249명, 중등 188명, 고등 191명이며, 사립학교 교사 224명을 포함해 전체 교원 수는 661명에 달한다. 일반직과 교육공무직 492명을 포함해, 고창군 내 제도권 교육에 직접적으로 포함된 인원은 총 5704명에 이른다.
한숙경 교육장은 부임 직후부터 지역 교육현장을 직접 살피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강조해왔다. 고창군 전체가 하나의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본지는 5월12일 오후, 고창교육지원청 직무실에서 한 교육장을 만나 고창교육의 방향과 실현가능한 교육비전, 그리고 그가 품고 있는 교육자로서의 신념과 실천적 지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부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고창교육장으로 오신 소감과 고창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했는지?
고창은 제게 낯설지 않은 곳입니다. 교직생활 동안 근무지는 아니었지만, 강의차 고창교육지원청과 여러 학교를 찾은 적이 있고, 제 아들이 영선중학교에서 진행된 1박2일 기숙형 소프트웨어 캠프에 참가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 캠프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아들이 실제로 영선중에 진학하면서, 저희 가족에게 고창은 더없이 친숙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교육장으로 부임해 직접 고창에서 생활해 보니, 군민들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임 후 처음 참석한 공식 행사가 3·1절 기념식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의향으로서 고창군민의 강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답게 문화수준이 높고 여유로운 지역 분위기도 매우 인상 깊습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고창에 오기까지 60년이 걸렸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자리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크고, 고창교육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매일 새기고 있습니다.
●고창교육을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가?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느낀 과제는 무엇인가?
고창교육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느낀 점은, 학교 현장이 매우 성실하고 진지하게 교육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 현안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교육공동체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4월부터 학교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행복원과 요엘원을 가장 먼저 찾았고, 이후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순차적으로 방문하여 현재는 거의 모든 학교를 둘러본 상태입니다. 학교를 직접 방문하며 교육공동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공통적인 요청은 시설 관련 문제였습니다.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지원 가능한 소규모 사업들은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특히 이번 추경예산을 통해 안전과 관련된 시설, 긴급한 보수, 내진 보강 등과 같은 항목에 대해 신청한 예산이 모두 반영되어, 조속히 시설 보완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 외 요청사항들에 대해서도 중기계획에 포함하거나 예산 확보 방안을 검토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지역의 특성상 관사에 거주하는 교직원들의 비율이 높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원거리에서 통근하는 교직원들도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신림초등학교 부지에 28실 규모의 교직원 관사가 신축 중이며, 내년에 완공되면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한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학력 신장에 대한 열망입니다. 고창 교육가족 모두가 학력 향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저 또한 이러한 열망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습니다. 고창의 교육공동체와 함께 협력하여 ‘고창교육 르네상스’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교직에 대한 소명 의식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교직은 저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교육자의 길은 제게 있어 천직이라 느껴졌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교육자셨고, 특히 아버지께서는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하시고 교장으로 퇴임하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게 깊은 영향을 준 분은 평생 평교사로 살아오신 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깊고 누구보다 성실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란 덕분에, 교사로서의 태도와 학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건강 문제로 명예퇴직을 고민하셨을 때,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 곁에만 있어도 배움을 주는 분”이라며 만류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탈무드에도 ‘진정한 배움은 곁에 있는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의지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기를 늘 꿈꿔왔습니다. 또한 저의 가훈인 ‘상락정진(常樂精進)’은 평생을 이끄는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끊임없이 노력하며 나아간다’는 그 뜻을 마음에 새기며, 교직에서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저에게 교직은 단순한 직업을 넘어 평생의 사명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처음 가졌던 마음을 되새기며,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특히 기억에 남는 교육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교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아이들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 성장을 함께했을 때입니다. 교사 시절,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던 학생 네 명이 한꺼번에 입학한 적이 있었고, 제가 담임을 자청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익혀야 할 기본적인 사회적 경험이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집으로 데려가 ‘가정’이라는 공간을 느끼게도 하고, 천원씩 용돈을 주며 직접 물건을 사거나 공중전화를 사용해보도록 지도했습니다. 그런 작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갖기를 바랐습니다. 몇 년이 지나 그 아이들을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모두 건강하게 잘 성장해 있었습니다. ‘내 손을 떠난 아이들이 잘 자랄까’ 걱정했던 마음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이들의 성장은 교사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제 교육 철학의 중심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담임교사로서 리코더부를 지도하여 도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험도 기억에 남습니다. 수상 자체보다 더 소중했던 것은, 아이들이 연습 과정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그 과정이었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노력했던 시간은 아이들과 저 모두에게 오랫동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연구학교 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라북도 초등학교 가운데 최초로 초등학생용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공동체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봉사의 가치를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연수원에서 장학사와 연구사로 근무할 당시에는,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여, 높은 만족도를 얻은 연수 과정을 운영한 경험도 뜻깊었습니다. 교사로서의 보람은 결국 아이들의 성장과, 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교육자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읽으신 책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
항상 그 시기에 읽고 있는 책이 가장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지만, 교직이라는 직업과 관련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을 한 권 꼽자면 ‘파커 제이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이 책은 교사로서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해주는 내용으로, 제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단지 수업 방법이나 기술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교사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가르침의 본질과 교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래서 교육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이 책을 참고도서로 추천하기도 하였습니다.
●고창교육을 이끌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 목표와 그 실현 방안은 무엇인가?
고창교육을 이끌어가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하는 목표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기초학력부터 진로·진학까지 연결되는 교육의 흐름을 촘촘히 설계하고자 합니다. 2024년 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미래교육정책연구소에 재직 중일 때,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정책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고창 지역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가장 우선순위로 나타난 과제가 기초학력 향상, 맞춤형 학습 지원, 그리고 전반적인 학력 향상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고창 교육가족의 높은 교육열과 실질적인 교육 개선에 대한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초학력 향상은 학생 개개인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학습 역량을 안정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창에서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학습 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기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습니다. 동시에 전반적인 학력 향상은 단지 기초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전체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사고력, 표현력 등 교과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향을 포함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학교에서는 진로 지도가, 고등학교에서는 진학 지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연계성을 강화하겠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교육 여정이 단절되지 않도록 학교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조금 더 바란다면, 문예체(문학·예술·체육) 교육이 균형 있게 이뤄지는 고창교육을 만들고 싶습니다. 프랑스 중산층의 조건으로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 하나, 자신의 신체로 즐기는 스포츠 하나,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 잘하는 요리 하나, 공적 분노에 의연히 참여할 수 있는 자세, 꾸준한 봉사활동’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고창의 모든 학생들이 그와 같은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런 전인적 성장이 학교 안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지역이 인재를 키우고, 인재가 지역을 살린다’는 신념을 강조했는데, 이와 관련해 올해 구체적으로 추진할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지역이 인재를 키우고, 인재가 지역을 살린다’는 말은 제가 고창교육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 중 하나입니다. 흔히 “한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그 나라의 교육을 보라”고들 합니다. 이 말을 지역에 적용해보면, 고창의 미래를 보려면 고창의 교육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창은 깊이 있는 역사와 높은 문화 수준을 지닌 지역이며, 한때 전북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창의 교육적 전통을 다시 살리고,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교육 때문에 고창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성장한 인재들이 다시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지역 기업 및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연계해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학생들이 지역 안에서 미래를 꿈꾸고 준비할 수 있도록 진로·진학, 직업교육, 지역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며, 지역 인재들이 고창에서 다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일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교육, 산업, 복지, 정주 인프라 등 지역사회의 여러 요소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에 시간도 필요하고, 지역사회의 공동 책임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창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분명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창교육지원청도 그 중심에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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