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기사제보구독신청기사쓰기 | 원격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기사제보
구독신청
광고안내
저작권문의
불편신고
제휴안내
기관,단체보도자료
 
뉴스 > 살며 생각하며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연필로 쓴 편지
김수복 기자 / 입력 : 2011년 07월 11일(월) 16:2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김수복 (르포 작가)

연필로 쓴 편지가 그리워서 내가 내게 한 통을 써서 부쳤더니 이틀만에 배달되었다. 아하, 아하, 신난다. 재밌다. 살아도 좋다는 면허증이 배달된 것만 같다. 심심해 죽겠다던 너, 너도 한 번 해보렴.
 어떤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에 이런 낙서 같은 글을 올렸더니 어느 하루 홀연 쪽지가 왔다. 주소를 알려달라고, 그러면 편지를 보내겠다고. 장난인가, 하다가 그렇다면 나도 장난 한 번 해보자, 해서 주소를 알려줬더니 정말로 편지가 왔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가. 그것도 저 멀리 바다 건너 호주에서.

안녕하세요.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보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글자의 형태와 그 내용으로 미루어 소녀임이 분명했다. 소녀의 순수성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글자, 그 내용, 아 참 오랜만이다. 이런 서정 아니 정서는.

고마워서 냉큼 답글을 쓰고자 하는데, 그런데, 이런, 이런, 이를 어쩌나. 주소는 조합이 제대로 된 것 같은데 이름이 없다.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냥 HEE. 이렇게만 되어 있다. 편지를 보내준 이의 이름이 통째로 그냥 HEE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어떻게 그런 이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럼, 그러면 뭐지?

주는 것은 좋지만 받는 것은 안 좋다? 보내는 것은 좋아하지만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보지만 마침표를 찾을 길이 없다. 커닝이라도 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다. 표절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텍스트가 없다. 난 이제 어떻게 하지?

이런 등등의 내용으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더니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누군가로부터 엽서나 편지를 받는 행복감을 잊은지 오래됩니다. 편지함엔 세금고지서나 백화점 홍보물, 대출정보 같은 광고지만 잔뜩 쌓여 있지요. 누군가에게 정성어린 편지를 받는다는 거, 아주 먼 달나라 애기처럼 들립니다. 나무꾼과 소녀. 아니 소녀와 나무꾼. 행복하시겠군요.^^”

이 답글에 덧글을 썼는데 그 내용이 이랬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 필경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보다 편리한 삶을 위해 고안되고 기획되고 실행되는 시스템들이 그 목적에 부응하는 반대급부로서 인간의 소외감을 요구한다는 거죠. 하긴 그 무엇이라고 그냥 주어지기만 할라구요. 하나를 얻었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 이것이 아마도 소위 진리라는 것이겠죠. 허나 우리 사회는 포기 없는 얻음만을 갈구하는 욕망의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혼돈이라고나 할까….ㅠㅠ 날씨도 좋은 날에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려 하는군요. 죄송.”

그 뒤로도 서너 차례 더 편지가 왔다. 한 번은 편지봉투 안에 꽃씨를 담은 작은 비닐봉지가 넣어져 있기도 했다. 그 꽃씨를 마당에 뿌렸더니 보라색과 파랑색 그리고 핑크빛의 작은 꽃이 피었다. 꽃이라면 다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그 꽃을 보시며 “어매 이것이 믓이다냐. 처음 보는 꽃이네. 이쁘네”하시며 몹시 좋아하셨다.

그날로부터 5년, 금년에도 그 작고 ‘이쁜’ 꽃들은 피었다. 어머니는 그 꽃을 못 보신 채 병원으로, 그리고 돌아가셨다. 빗속에서 점차 시들어가는 작은 꽃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가 자꾸 울컥거린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한 가지라도 잘한 일이 없지도 않으련만, 이상하게도 그런 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못한 일들만 삼천 가지도 넘게 머릿속을 떠돈다.

나로 하여금 이렇게 나를 반성하게 하는 소녀, 꽃씨를, 편지를 보내준 그 소녀와의 인연은 5년 전 그때 이미 끊어졌다. 미안하다. 편지를 받기만 하고 보내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로 끝냈으니 이런 미안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김수복 기자  
- Copyrights ⓒ주간해피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웰파크호텔, 고창 체류형 관광의 새 거점 되나
[인터뷰] 고창군이장단연합회 제16대 김형열 회장
정읍시, 어린이 전용병동·소아진료센터 새롭게 연다
고창농협 조합장의 진심은 무엇인가
고창문화관광재단–석정웰파크요양병원, 치유문화 확산 맞손
건설업자들과 해외골프…정읍시 공무원 4명 수사
해리면에 울려 퍼진 첫 아기 울음소리, 희망을 더하다
불길 앞선 용기, 대형 산불 막았다
고창신재효문학상, 지역과 문학을 잇는 새로운 서사
마라톤 코스에서 쓰러진 50대, 경찰·군의관·간호사가 함께
최신뉴스
고창부안축협 조합장 재선거, 7월1일 실시…두 후보 격돌  
한빛원전 황산 누출, 고창지역 불안 고조…노후 1·2호기  
고창 복분자 전통주, 외국인과 공유한 전통의 장면  
고창 심원 하전권역, 어촌에 활력을 더하다  
추진위 새 단장한 고창모양성제, 가을 향해 걷는다  
커피로 이어진 소통…고창 다문화 바리스타 교육 성료  
한 입에 담은 고창 고구마, 스타벅스 전국 판매 확대  
기억과 공동체의 감각, 굿의 언어로 펼쳐지는 무대예술의  
고창이 이끄는 세계유산 네트워크,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다  
고창군, 지역 맞춤형 에너지전환 로드맵 착수…생태 보전과  
고창군로컬잡센터, 지역기업과 ‘채용연계 업무협약’ 체결  
고창터미널, 7월7일부터 임시터미널로 이전 운영 시작  
고창수박의 여름 한잔…‘100% 리얼 착즙 수박주스’ 첫  
한 자리에 모인 고창의 전통…놀이로 잇는 공동체의 힘  
지역을 키우는 장학의 힘…33년 이어진 고창종합병원 장학  
편집규약 윤리강령 윤리강령 실천요강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주간해피데이 / 사업자등록번호: 404-81-36465/ 주소: 전북 고창군 고창읍 월곡로 38번지 상원빌딩 3층 / 발행인.편집인: 박성학
mail: hdg0052@naver.com / Tel: 063- 561-0051~2 / Fax : 063-561-5563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북 다01244 | 등록연월일: 2008. 5. 24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