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기사제보구독신청기사쓰기 | 원격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기사제보
구독신청
광고안내
저작권문의
불편신고
제휴안내
기관,단체보도자료
 
뉴스 > 오피니언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치마속 조선사
박생과 메주 산호주Ⅲ
손을주 기자 / 입력 : 2010년 04월 27일(화) 13:0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박생이 하루는 연광전을 거닐다가 소복 입은 채 연광정 한편 구석에 기대어 대동강 물을 내려다보는 기생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물어볼 것도 없이 산호주였다.
 여자라는 것이 공부에 방해가 되는 물건이니, 사람을 망치는 요물이니 하는 관념이 꽉 박힌 곰팡내 나는 시골 선비이다 보니 영명사 한구석에서 바람을 쏘이러 나와서 얼른 눈에 뜨인 여자인 데다가 인물이 추한 기생인지라 아무 생각도 않고 무심코 한마디 툭 뱉은 말이 “에그,참!”이었다.
 그리고 박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혹 자기를 붙잡으러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이 걸음을 빨리하여 강 언덕 아랫길로 내려섰다. 몇 발자국 옮겼을 때였다.

 “여보!”
 뒤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자기를 알아보고 부를 여인이 있을 리 만무한지라 박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걸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누가 소매를 잡아 낚았다. 순간 흘깃 뒤를 돌아보니 아까 연광정에 기대어 있던 여자였다. 화가 났는지 두 눈에 독이 올라 노려보는 눈이 매섭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여보, 방금 뭐라고 했소?”
 “내가 무슨 소리를 합데까?”
 “내 얼굴이 고약하다고 침을 뱉었지요? 그래, 당신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흉이오? 남이야 곰보딱지건 쪼그랑 망태건 자기 갈 길이나 갈 것이지.”
 “?”
 “보아하니 당신은 식자께나 있는 분인 듯한데 부녀자를 상대로 희롱이야 하시겠소마는 조심하시오.”
 “…….”
 욕이라도 할 듯하더니 좀 부드러워지는 것도 같아서 박생은 이런 경우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시를 한 수 읊었다. 그러고는 아무 대꾸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랬더니 기생도 박생이 읊은 시의 뒤 구절을 따라 외우더니 발길을 돌렸다. 박생이 생각하니 광녀같기도 하여 어안이 벙벙한 채로 강변을 한 바퀴 돌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아무리 천한 기생이기로서니 지나가는 남자를 부여잡고 주제넘게 설교를 퍼붓고 인사도 없이 가 버리다니……. 고얀것, 욕이나 해야겠다.”

 그러나 자리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다가도 지난 일이 마음에 걸려 대체 그 기생의 이름이 무얼까 하고 호기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이튿날 저녁때 박생은 연광정 앞으로 갔다.
 그러나, 박생이 찾는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백지에 노래가 적혀 있는 것이 박생의 발에 밟혔다.
 집어보니 이만저만한 노래가 아니었다. 박생은 곧 절로 달음질쳐 갔다.
 박생은 이렇게 쭉쭉 갈겨써 가지고 연광정으로 와서 그 자리에 돌을 지질러 놓아두었다.
 연광정 옆 길가에서 노래를 주고받기를 이레 동안 계속했다. 그동안 서로 대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박생은 노래를 써다 놓고, 또 산호주가 써놓은 것을 주어 오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손을주 기자  
- Copyrights ⓒ주간해피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웰파크호텔, 고창 체류형 관광의 새 거점 되나
[인터뷰] 고창군이장단연합회 제16대 김형열 회장
정읍시, 어린이 전용병동·소아진료센터 새롭게 연다
고창농협 조합장의 진심은 무엇인가
고창문화관광재단–석정웰파크요양병원, 치유문화 확산 맞손
건설업자들과 해외골프…정읍시 공무원 4명 수사
해리면에 울려 퍼진 첫 아기 울음소리, 희망을 더하다
불길 앞선 용기, 대형 산불 막았다
고창신재효문학상, 지역과 문학을 잇는 새로운 서사
마라톤 코스에서 쓰러진 50대, 경찰·군의관·간호사가 함께
최신뉴스
함께 결정하는 공약, 함께 꾸려가는 시정  
미생물에서 산업으로, 산업에서 미래로…정읍, 그린바이오  
주거안정의 새로운 기반…정읍 수성1 영구임대주택 200세  
도심 곳곳, 똑똑해진다…정읍 생활밀착형 스마트기술 본격  
장애의 벽 넘은 연대, 체육으로 하나 된 정읍의 하루  
노래로 피운 안전의식, 무대 위 빛난 정읍어린이들  
고부관아 복원과 통합학교 설립, 교육과 역사의 동행  
학교에서 지역으로, 폐교의 쓰임을 다시 묻다  
학교 자치, 교장의 리더십에서 깨어난다  
폐교의 변신, 창작의 무대로  
고창군사회복지사 80명, ‘폭싹 속았쑤다’…공감과 회복의  
서남권 해상풍력 송전망 경과대역 확정…최종 노선 주민대표  
‘항산화의 보고’ 고창 복분자, 과학으로 효능 입증하다  
맛·향·기운 담은 여름, 고창의 3대 농특산물의 향연  
관광디저트로 확장하는 고창 특산물…축제 현장서 소비자 반  
편집규약 윤리강령 윤리강령 실천요강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주간해피데이 / 사업자등록번호: 404-81-36465/ 주소: 전북 고창군 고창읍 월곡로 38번지 상원빌딩 3층 / 발행인.편집인: 박성학
mail: hdg0052@naver.com / Tel: 063- 561-0051~2 / Fax : 063-561-5563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북 다01244 | 등록연월일: 2008. 5. 24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학